회사에서 퇴근하고 너를 만나러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가기전 짐을 챙기는 떨리더구나. 내가 곧 아빠가 되다니?
이 상황에서도 아빠는 사진 찍는 걸 멈추지 않는 이상한 아저씨란다.
밖을 나오니 싸래눈 같은 눈이 내리는데 기분이 좋았단다. 내 아이는 눈의 아이인가? 이상한 머릿속의 흐름에 따라 1월의 추운 겨울 눈도 그 순간만큼은 반갑게 느껴지는 시간이였어.
병원에 도착하니 너의 엄마이자 아빠의 사모님은 이미 몸이 안좋아지기 시작한 시점이였단다.
살짝 늦게 도착한거 같아서 눈치를 많이 보며 기다리는데 윗층 진료실에서 너의 엄마가 병실로 내려오지를 않더구나. 한참을 기다려 내려오니 내일이 수술 날인데 벌써 너의 움직임이 있어 조산의 위험을 살짝 넘기고 다시 돌아왔었어.
다행히 다음날 엄마는 안전하게 수술실로 들어갈 수 있었고 아빠는 신생아실 앞에서 너의 얼굴이 보이기를 기다렸단다.
기다리며 별의별 생각이 들더구나. 설마의 설마의 설마가 머리 속을 오가며 소리치고 있었고 내가 아빠가 된다는 것은 영화속의 장면을 바라보는 3인칭 시점처럼 이상한 느낌이였어. 그리고 드디어 너는 만났어.
이제 막 세상에 나와서인지 하얀 백태가 보이기도 하고, 힘껏 울지도 못하고 끙끙거리는 듯한 너의 울음.
2023년 1월 20일 14시 32분, 3.24 kg 1.2.3.4의 숫자의 배열이기에 참 외우기도 쉽더구나. 우리효녀.
딸아 태어나고 몇일 후 세상은 하얀세상이 되었단다. 새벽 눈온 거리를 바라보는 감정은 내가 겨울에 아버지가 되었다는 마음이 가장크게 다가오더구나. 혼자도 즐거웠고 엄마와 둘이서도 너무 재미었는데 이제 셋과 함께라니 얼마나 재미있는 일이 많을까 기대가 된다. 아빠는.
아빠는 필름 카메라를 좋아해서 가급적이면 필름 카메라를 이용해서 우리의 삶의 기록을 남길거란다.
항상 웃어줘서, 맛있게 분유 먹어줘서, 가끔 악소리내며 시원하게 울어 고맙단다. 이렇게 너의 양육 시간이 우리 부부의 힘들고 머리 속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거란다. 딸이 살며 아빠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 나중에 읽기를 바라며 이렇게 글 남기니 한번쯤 나중에 읽어주기를 바라며 글을 쓸께 아빠는.
사랑하는 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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