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 14일, 만삭의 아내에게 부탁하여 함께 영화, 아니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 The First Slam Dunk 를 관람하러 영등포 롯데시네마 12시 점심 표를 예몌하고 방문하였다.
매표소에는 이미 영화를 보기 전 슬램덩크 포스터와 굿즈를 구입하기 위해 줄이서 있었고, 나와 같은 시대 슬램덩크를 봤던 30대 초반에서 40대 중반까지의 남성 관객이 영화객석의 70% 이상을 차지하였다.
참..으로 한국에서 중년에 가까운 남성 무리들이 애니메이션을 보기 위해 관객석을 채우는 모습을 와이프도 참 낯설다고 이야기하였다. 나도 내가 낯설었다... 다만 이번 기회가 아니면 극장에서 슬램덩크 영화판을 볼 수 없으면 아쉬움이 크게 남을 것이라 생각되어 보고 싶었다.
일본에서 개봉을 하면서도 열광적인 반응이였지만 한국의 남자들 중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이렇게 많을 것이라 예상은 못하였다. 뉴스, 유튜브, 신문 많은 미디어에서 이런 영광을 다루는 컨텐츠들이 줄이어 나가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영화를 보기 전, 팝콘과 콜라가 아닌 프렌치 카페 커피 하나면 충분하다. 영화는 시작되었고 2시간 동안의 추억 여행을 마치고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영화의 느낌을 파편적으로 정리한다면..
-최근 일본 에니메이션에서 자주 사용하는 2D의 질감을 가지는 3D 표현을 사용하였는데 자연스러웠다. 과하지 않은 채색과 에니메이션임에도 자연스러운 실사화스러운 느낌이였다. 배경 표현에도 파도, 돌, 빛의 질감 등 디테일한 표현까지 신경쓴 것이 눈에 띄었다.
-스포아닌 스포로 만화책에서 강백호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만화였다면,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송태섭을 중심으로 극을 이끌어 나간다. 최근 유튜브에서 만들어지는 주인공이 아닌 조연의 시점에서 드라마처럼 베스트 5에 들어가지만 스토리 라인에서 큰 무게감이 없었더 인물의 서사를 풀어나가면서 색다른 시점으로 슬램덩크를 바라볼 수 있었다.
-극 중간중간 추억의 하이라이트 처럼 만화속 명대사들을 쏟아낸다. 만화를 통해 에니메이션을 통해 들었던 대사지만 듣는 순간 가슴이 쿵쾅된다. 마치 내가 10대 때의 소년으로 돌아간듯.
-이미 대부분의 방문하는 사람들은 액션과 그리고 결과를 알고 있다. 거기에 무대 또한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산왕전. 감독의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자기 반복적인 에니메이션을 보여주고자 20년이 넘는 시간만에 감독이 영화화를 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음악과 컷표현 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한 부분을 사운드를 없애고 표현하는 것이 좋았다. 그 순간 극장에서 아무도 소리를 내지 앟았다. 긴장되고 숨도 멎을 것 같은 그 순간을 우리는 따라가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영화 인터스텔라의 놀란 감독의 사운드를 사용하는 기법처럼 장면을 표현하며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새롭게 다가온다.
-왜 송태섭이였을까? 유튜브를 통해 감독이 좋아하였던 캐럭터이며 북산의 베스트 5중 가장 현실적인 능력치를 가진 사람이라는 서사적으로 평범하지만 성장을 하는 모습을 표현하기에 좋은 캐릭터라는 부분에 공감이 간다.
*개인TMI적인, 영화를 보고 나에게 슬램덩크란?
-어릴적에는 불꽃남자 정대만을 참 좋아하였다. 슬램덩크를 보고 난 후 초등학교 6학년인 나는 겨울 12월 1월에도 코트로 나아가 골밑슛 연습을 하였다. 멋진 농구선수가 되고 싶었고 결정적인 순간 3점 슛을 넣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싶었다. 중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운동을 하며 곧 잘 '결정적인' 선수가 되기도 하였고 말이다.
대학생이 되어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농구 동아리 생활이였다. 농구 모임의 선배, 동기, 그리고 후배.. 수업후 늦은 오후부터 저녁까지 평일은 매일 연습하였고 나도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며 결정적인 선수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였다. 하지만 아마추어 대학부 경기를 참가하며서 나의 능력에 대한 현실을 만나게 되었다. 예체능 운동만큼 상위 1% 만이 눈에 띄는 분야는 없다. 키, 스피드, 센스, 체력, 경쟁이라는 베스트 5라는 정해진 스포츠에서 나는 벤치워머였다. 분량은 적지만 안경선배는 대단한 능력자이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며 10대때 만화에서 보이지 않았던 벤치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눈에 계속 들어왔다. 나의 대학시절을 마주하는 느낌 같다고 할까?
작가가 예전 아마추어 농구선수로서 경험을 한것이 대사에서 나는 보였다. 농구코트라는 좁은 공간에서 5명으로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내 앞에 내 공을 빼앗으려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코트의 서보고 뛰어본 사람이면 무섭기도, 두려움도 크다. 송태섭이라는 캐릭터가 실패속에서도 결국 해내는 모습을 보고 웬지 모르게 나같은 사람을 위한 영화라 생각들었다. 20년전 화려한 주인공 뒤에서도 보이지 않았지만 20년 만에 다른 누군가들도 노력하고 해낸다는 것이 뭉클하였다.
나의 대학시절 농구 기록은? 실제 2년 정도 열심히 활동한 기간 동안 정식적인 농구경기에서 내가 뛴 시간은 채 10분이 안되었을 것이다. 대부분은 벤치워머로서 열심히 응원을 하였으니 말이다. 영화속 이름모를 부원의 내가 뛰지 못하지만 북산의 일원이 된 것이 너무 자랑스럽다는 대사가 나온다. 그게 진심이다. 경기에 집중하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한 추억이기 때문이다.
나의 마지막 슛은, 20년전 중앙대 안산 캠퍼스의 대학 리그에서 당한 블로킹이였을 것이다. 2분이 넘는 짧은 시간동안 레이업 슛 한번은 쏘았으니 만족한다. 그것이 나만의 슬램덩크였다. 이제 40대가 되어 살아가며 그 순간은 추억이 되었고 나의 인생은 그렇게 계속 흘러갈 것이다.
*영화와 에니메이션을 표현을 중첩적으로 사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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