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40부터 아빠, 아버지라는 그림자 밟기 FEB 2024
사랑하는 딸에게.
언젠가는 구두로 말하는 순간이 오기도 하겠지만
할아버지, 나의 아버지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나는 아버지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생각이 들고는 한단다.
할아버지는 경상도분 답게, 무뚝뚝하고 말이 별로 없으시고
혼자 지내는 걸 좋아하시는 분이였어.
아버지와 목욕탕을 간 경우가, 어른이 되고 나서는 손에 꼽을 것 같구나.
개인적으로 둘이 이야기를 오래 깊게 나눈 경우도 별로 없었고,
아버지의 생각 인생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었는데
지금 돌아보니 조각조각에 대한 이야기는 들었지만 아버지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깊게 못 들어본 것이 아쉽구나.
가족이지만 달랐고 함께 했지만 서로의 지향점이 많이 다른 것이 아니었을까?
아프신 이후로는 그나마 종종 집 주변 우장산에 산책하기는 것도 없이
항상 누워계신 모습이 대부분 이였던 것 같구나.
집-회사-집-회사,
음주도 하시고, 흡연도 하시고
특별한 취미는 매주 복권구입
20년간의 회사 생활 이후, 은퇴한 2001년 이후
참 많은 일이 있었단다.
원망도 있었고, 연민도 있었고 가족이라는 울타리 내에서
할아버지의 지향점은 무엇이었을까
지금도 생각이 많단다. 아빠는
할아버지에게 은퇴 후 삶이라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
일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삶을 살아왔으니 다행이라 생각이 들기도 하고
아마도 지금 살아계셨더라도 할아버지는 별말은 안 하셨겠지..
그런 분이셨으니..
할아버지께 사랑한다 한번 더 못한 게 아쉽구나.
아빠는 지금.
사랑하는 딸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