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40부터 아빠, 건강하게 태어나 주는 것에 대해.. NOV 2023
태어나서 1년 2개월 우리 딸이 태어나고 지금까지 큰 병 없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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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엄마는 몰랐단다.
아니 머리는 알았지만, 가슴으로 다가오는 그런 의미..
결혼도 쉬운 것이 아니지만 아이를 낳고 기른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우리에게 함께한 순간부터 조금씩 깨닫는다는 의미가 맞는 것 같구나.
부모라는 낯선 글자가 가져다주는 무게를 이제는 하루하루 깨닫고 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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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8개월 전 우리 딸이 엄마의 배안에 있을때 정기 검사를 하였는데,
이상 소견 가능성이 나오더구나.
'터너 증후군'
염색체 이상으로, 남자아이는 여성성이, 여자아이는 남성성을 가지게 되는
유전적인 염색체 이상이 있을 수 있다는 병원의 말에
처음으로 인생에서 막막함이나 두려움이 다가오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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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로서 대단한 것이 없는 사람인데, 병을 가지고 태어나면
내가 딸에게 어떤 면목으로 평생을 살아야 할지,
성인이 되어서도 꽃 같은 청춘 시절 치마나 이쁜 옷을 입기에 힘든 어른으로
태어난다면 나는 어떻게 그 이후의 삶을 딸에게 보여주어야 할까?
그런 마음의 바닥에서 올라오는 감정을 이끌고 전문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아보기까지
한 달이라는 기다림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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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을 거라는 우리 부부의 대화 속에서는 그 두려움이 현실이 되면
어떻게 우리는 대처해야 할까라는 두려움이 묻어 나오는 긍정의 웃음을 짓고는 했었단다.
한 달 후 검사를 받은 날은 여름의 끝인지 가을의 초입인지
비가 부슬부슬 오는 그런 날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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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의 기다림 3시간의 대기 그리고 10분의 양수 검사.
날카로운 바늘이 엄마의 배를 찌르고
양수검사의 바늘이 엑스레이를 통해 보이는 그런 순간에도
엄마는 아프다는 표시도 안보이더구나.
그 순간은 절박함이라는 감정이 우리 부부를 감싸고 있어
숨을 쉬기도 힘든 순간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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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가 끝나고 엄마 아빠는 다시 택시를 타고
한남대교를 건너 집으로 돌아왔어.
둘이 손을 꼭 잡고. 별일이 아닐 거라는 정상일 거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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